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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전남 벌교 장도의 노인과 소


지난주 제주도에 정착하는 허진호, 김명진 부부와 조슈아의 일상이 소개됐었지요.


이번주에는 벌교에서 뱃길로 30여분 거리 떨어져있는 장도로 가서 


윤점수 김영자 노인과 소노인 누렁이의 삶을 살펴봅니다.




할아버지는 81세, 할머니는 75세이고 누렁이는 


사람으로 치면 80세가 넘은 25세입니다.


이들 사이에는 돌보는 사람과 일하는 소의 관계를 떠나


세월의 겹장이 쌓여있습니다.


노부부와 누렁이의 나이를 합하면 200살에 육박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한참 노인에 해당되는 누렁이는 25년간 부부와 함께 하면서


뿔은 이미 소나무에 걸려빠졌고 이빨도 모두 빠졌지만 


새끼를 많이 낳아서 부부가 동생들과 자식들을 모두 잘 키울수 있도록


해 줬고 지금도 밭일을 도와 주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곳 장도의 유일한 소입니다.  




할아버지는 말합니다. “지도 피곤하고 나도 피곤할 때는 마음속으로 짠해”라고요.



소의 눈망울을 본적이 있는 사람은 소가 무슨말을 하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아마도 누렁이는 지난 25년의 세월동안 노인에게도 그렇게 눈을 꿈뻑이며


하고 싶은 말을 전했겠지요.



또 그런 누렁이에게 깊은 정을 느끼는 할아버지 내외의 마음도 당연하고요.


섬에 봄이 왔으며, 언 땅이 풀리자 노부부와 누렁이는 한 몸처럼 움직이며 일을 시작했는데요,,


부부는 평생 농부로 살았오며 밭에 거름을 뿌리고 나면, 누렁이가 할아버지와 쟁기질을 했습니다.


소도 사람도 정말 부지런히 소처럼 일한 세월입니다.


비록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노인과 소 사이에는,


 두터운 정이 겹겹이 쌓였을 지난 25년간의 세월입니다. 


할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는 그저 큰 눈만 끔뻑거립니다.



“나에게는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 키워서 용돈도 쓰고 자식들 가르치는데 보태고 


또 여러 가지 필요한 곳에 썼고 소가 돈을 많이 벌어다 줬어요.


일도 하고 돈도 벌어주고...”


이런 누렁이를 위해 10년도 넘은 집에서 할아버지는 장작을 나르고


할머니는 아궁이불을 때서 누렁이에게 먹일 밥물을 만들어 줍니다.




쌀겨를 뜨거운 물에 개서 줘야 소가 소화도 잘되고 살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9남매의 장남으로 자식들은 물론 동생들까지 키웠다고 합니다.


열다섯 식구가 먹고살려면, 농사지을 땅이 필요했으며 갯벌에 돌을 놓아가며


땅이 있는 무인도로 건너가기도 했었습니다.


한번은 갯벌을 건너던 소가 개펄에 빠져 마을사람들이 건져준 적도 있을 정도지요.


긴 세월이 지났지만, 봄이 오면 노부부와 늙은 소는 느릿느릿 밭이 있는 목섬으로 갑니다.


거름 뿌린 밭에 쩌렁쩌렁 울리는 여든한 살 노인의 소리와 그럴 때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소노인 누렁이의 모습은 한폭의 동양화 같습니다.



사람이 쉬면 소도 쉬고 


볕 잘 드는 바닷가에 따로 소노인인 누렁이의 자리도 있지요.


그곳에서 누렁이는 지게 지고 가는 할아버지만 바라봅니다.


그렇게 섬 곳곳, 돈이 모일 때마다 작은 밭을 사고 콩도 심고 깨도 심었습니다.


평생을 소처럼 일하며 키워낸 덕분에 동생들과 아들딸 모두 잘 자라줬습니다. 


그렇게 키운 동생과 자식들은 모두 고생시키기 싫어서 모두 뭍으로 보냈고요.


할아버지가 지금도 지고 다니는 지게는 열다섯살때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이래로 아직도 농기구 대신에 유일하게 이용하는 도구가 


되어 줬습니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할아버지는 지게로 거름을 옮기고,


 땔감을 져 나르고 늙은 아내의 짐을 들어다 줄때 지게를 이용합니다.


이렇게 둘사이의 교감은 상호적입니다.


할아버지는 섬으로 외출을 했때는 항상 누렁이 생각에 안절부절 못 할 정도이니까요.


할아버지와 소노인 누렁이 외에 또다른 노인은 할머니입니다.



9남매의 맏아들인 25살 남편에게 할머니는 19살 꽃다운 나이에 시집을 왔습니다.


식구가 열다섯이나 있는 집의 맏며느리의 삶이 결코 녹녹치 않았을 겁니다.


바지런하고 심성 고운 아내는 남편을 따라 평생 밭을 일궜습니다. 


물이 빠진 갯벌에 꼬막, 바지락, 낙지가 지천이란 걸 안 뒤론, 


열다섯 식구의 찬거릴 찾으러 뻘배를 탔었구요.


그 새색시가 어느덧 일흔다섯, 지팡이가 없으면 허리가 도로 굽어지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고 갯벌로 들어가는 할머니를 할아버지는 갯마중을 나오고,


아궁이 불을 지피며 돌보는 것은 그 고마움에 대한 남편의 보답이자 긴세월 함께한 


인생 친구에 대한 걱정때문일 겁니다.




55년을 함께 한 노부부, 노인은 분신같은 지게로 평생 일을 했고, 


일흔다섯 허리 굽은 아내는 지팡이를 짚고 남편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문학 작품의 묘사를 통해서 보아온 우리들 부모님에 대한 원형을 


장도의 세 노인을 통해서 느껴봅니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인생을 아름다울 수 밖에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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